썩을 수 없는 하느님의 본체
썩는 것보다 아니 썩는 것이 낫다는 것을 이미 알아냈고, 이러므로 당신이 무엇이든 간에 썩을 수 없으시다는 것을 고백하느니만큼 나는 이런 식으로 딴것들도 알아내려고 애썼습니다. 지고·지선의 선이 당신이신 바에야 당신보다 나은 것이란 그 어느 영혼도 개념해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썩지 않는 것이 썩는 것보다 위라는 것이 사실 분명하고, 또 진작부터 나 역시 그같이 믿었던 만큼 당신이 안 썩는 분이 아니시라면 내 하느님보다 위 가는 무엇을 개념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즉 아니 썩는 것이 썩는 것보다 위라는 것을 내가 알게 되자 나는 당신을 찾아야만 했고, 따라서 악이 어디 있는지, 다시 말하면 당신의 본체를 추호도 상하게 할 수 없는 바 썩음, 그것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썩음은 만만코 우리 하느님을 그 어떠한 의지나 필연이나 우연으로도 범할 수 없으니 하느님이신 그분이 뜻하시는 것이 곧 선이요, 그분이 바로 선이시요, 썩음은 선이 아닌 까닭이나이다.
당신은 아무것한테나 억지로 끌리지 않으시오니 당신의 의지가 능력보다 더 크지 않은 까닭이로소이다. 당신이 당신보다 더 크시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오나 하느님의 능과 의지가 바로 하느님이심이니다. 또 모든 것을 아시는 당신이시거늘 당신께 무슨 우연이 있으오리까. 당신이 아시지 않는 본성이란 도시 있을 수 없는 것….
썩을 수 있다 치면 하느님도 아닌 것을, 하느님의 본체가 썩지 않는 까닭에 대해 왜 이다지도 말이 많사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