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 주제들
신학적 관점에서 탈출기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자신을 알리시는 시기에 있다. 계시의 동기는 이야기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밝혀진다. 하느님은 구원하시고 해방하시며 율법을 주시는 분이시다. 또한 이름의 계시라는 주제와(3,13–15; 6,3) 하느님을 볼 수 없다는 주제는(33,18–23; 40,35) 하느님의 정체성과 그분의 특성에 관한 본질적인 신학적 질문들을 불러일으킨다.
탈출기는 억압과 노예 생활의 희생이 된 한 백성의 해방에 관한 이야기다. 따라서 탈출기의 하느님은 무엇보다 억압받는 이들을 구해 주시는 분으로 나타난다. 성경의 하느님은 모든 형태의 악과 싸우시며 사람들을 해방하시는 분이시다. 때때로 중대한 결과를 야기하는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입장에서 탈출기를 읽는 사회 투쟁 신학자들은, 이집트에서 불의한 사회의 모습을 보며 그 희생자가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 신학자들은 탈출기 안에서,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교회가 오늘날 세상의 불행과 불의에 맞서 벌이는 투쟁의 근거를 찾는다.
탈출기에서는 하느님의 개입이 주님께서 동정심을 가지시고 당신 계약을 기억하셨다는 사실로 설명된다. 종살이를 하고 있던 이스라엘 자손들의 탄식 때문에(2,23–25) 주님께서 개입하셨다는 것이다. 그들의 부르짖음이 직접 그분께 향한 것이었는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탈출기는, 성경의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구원은 사람들이 움직이기 전에, 그리고 특별한 공로가 없는 가운데 온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이 같은 탈출기 신학의 중심 관점은 일화들의 배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율법과 이스라엘의 예배 의식 규정은 이 백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후, 시나이 산에서 제정되었다(19—40장). 이 때문에 탈출기의 여정이 때때로 이집트 종살이에서 하느님을 섬기는 데로 나아가는 길로 묘사되는 것이다.
백성의 믿음과 참여는 탈출기 안에 뚜렷이 드러난다. 이 사실은 이집트에서의 구원 이야기 시작과 끝에서(4,13과 14,31), 계약에 대한 백성의 동의에서(24,3), 그리고 성소를 건립하려는 열성에서(35장) 볼 수 있다. 한편, 불평과 반역이라는 되풀이되는 주제를 통하여 이스라엘이 아무런 공로가 없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스라엘인들은 모세가 파라오 앞에서 처음으로 행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모세에게 반항하였고(5,20–21), 홍해를 건너기 전에도(14,10–12), 광야를 지나는 동안에도 반항하였다(15,24; 16,2–3; 17,3), 특히 금송아지 일화에서 반항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32장). 이러한 수많은 반항들은 이스라엘의 출발 시기를 하느님과 그 백성 사이의 황금기로 간주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오히려 좋은 시기와 나쁜 시기가 상존하는 혼란스러운 관계의 시작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백성의 반항과 물음, 그리고 의심은 탈출 과정에서 하느님의 개입을 드러내는 기적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며(재앙들, 홍해 횡단, 만나, 구름 등), 하느님의 개입을 반드시 드러나야 하고 구속력 있는 사건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이야기에서 묘사된 '특별한' 상황 속에서도 주님에 대한 신뢰심은 하나의 도전으로 남는다.
탈출기의 본문들은 파스카 축제와(12장) 안식일의(31장) 전례적 실천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탈출기에는 예배의 개념에 대한 숙고가 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 25—31장의 단락은 이동 성소를 세울 것을 명령하고, 이와 관련된 전례적 실천과 사제들의 성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예루살렘 성전과 그 예배를 예표하는 이 성소는 금송아지의 일화와 계약 갱신 뒤에 건립되고 성별된다(35–40장). 그러고는 하느님의 현존을 인정하는 성막 위에 구름이 끊임없이 머무르는 것으로 끝맺는다(40,34–38).3 이렇게 유다인들의 관습들 대부분이 탈출기의 행위와 결부되어 있다.
이 같은 예배적인 관점과 비교해 볼 때, 19–24장은 사회 윤리적인 문제들에 관한 규정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에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과 맺으신 계약을 예배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율법에 대한 존중이라는 말로(24,3) 알아들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신학은 신명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학을 상기시킨다.
마지막으로 어디에서나 부각되는 모세라는 인물을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는 해방자이고, 백성의 우두머리이자 조직가이며(18장), 하느님과 사람들 사이의 중개자이다(20,18.21). 그는 또한 법의 제정자이며(24,3.12), 첫 번째 사제이다(40,16 이하). 탈출기에서 모세는 이스라엘을 이끄는 역할을 완전하게 수행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