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서의 형성 과정

이사야서의 형성 과정

이사야서는 66개의 장으로 엮은 모음집인데, 여러 가지 면에서 이 글들이 모두 동일한 시대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구약 성경에서 어떤 책의 저자가 여럿이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구약 성경의 적지 않은 책들이 다수의 저자들에게서 쓰인 편집물임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 저자들은 일반적으로 무명인 데 반하여, 이사야서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한 시대를 살았던 특정 인물의 이름 아래 전해진다(1,1). 많은 사람들은 이사야서 전체가 이 한 사람에게서 유래한다고 믿었고, 또 아직도 그런 주장들이 있다. 이에 관한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의 전통적 견해는 기원전 2세기에 저술된 집회서에 잘 나타나 있다. 집회서는 히즈키야 임금의 치세 때 이사야 예언자의 활동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사야는 위대한 영의 힘으로 마지막 때를 내다보고, 시온에서 통곡하는 이들을 위로하였다. 그는 영원에 이르기까지 일어날 일들을 보여 주었고, 숨겨진 것들을 미리 알려주었다”(집회 48,24–25).

그런데 저자가 여럿이라는 사실이 이 예언서의 통일성을 말하는 데에 저해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 통일성은 몇 세기를 걸쳐 펼쳐지는 지속성 속에서, 그리고 특정 주제들의 항구성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저자가 여럿이라는 가장 명백한 증거는 이른바 제2이사야의 작품이 시작되는 40장의 첫머리에 나타난다. 분명하게 어떤 중간 과정도 없이 그 배경이 기원전 8세기에서 갑자기 기원전 6세기의 유배 시대 한가운데로 옮겨 가는 것이다. 이사야는 홀연히 사라지고, 아시리아는 바빌론으로 바뀌어 이후 이 바빌론만이 자주 언급된다. 그리고 바빌론을 정복하고 유다인들이 귀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장본인인 메디아와 페르시아의 임금 키루스가 여러 번 직간접적으로 언급된다(41,2; 44,28; 45,1).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할 때, 40장과 함께 새로운 책이 시작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제2이사야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따로 언급할 것이다.

40—66장이 이렇듯 분명하게 구분되기는 하지만, 이것만이 이 예언서 가운데에서 명백히 이사야 시대 이후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36—39장이, 물론 여러 중요한 변형들도 있지만, 열왕기 안에 들어 있는 역사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열왕 18,13—20,19). 또한 34—35장은 유배 시대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으며 제2이사야의 작품과 유사하다. 끝으로 통상 ‘이사야의 묵시록’이라 불리는 24—27장은 기원전 8세기 사람들의 사고와 표현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예사로 예언자 자신과 결부되는 본문들 안에서도(1—12; 13—23; 28—33장), 주석가들은 일정한 분량의 단편들이 예언자보다 후대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의 단일성을 인위적으로 증명하려고 하기보다는, 이사야서가 합성물임을 수긍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사야 예언서의 형성 과정을 제시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많은 부분 가설을 내포하고 있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완성은 56—66장이 전제하는 바와 같이 유배 시대 이후, 그리고 귀향 이후에 이루어진다. 편집자들은 흩어져 있는 조각들만이 아니라 이미 문집이라 할 수 있는 자료들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사야서의 핵심은 주로 자전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자기의 소명과 예언자로서의 사명 수행에 대해서 예언자 자신이 들려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6장).

예언자 자신이 직접 기록을 했다는 사실이 8,1.16과 30,8 같은 본문들에서 밝혀지기는 하지만, 그가 선포한 신탁은 많은 부분 그가 직접 기록하지 않고, 그의 지시에 따라서 또는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 그가 선포한 말과 사건들의 일치를 드러내고자 그의 제자들이 기록하였을 것이다. 이사야의 제자단은 먼저 그의 가족들, 곧 상징적인 이름을 주어 자기의 사명 수행에 참여시킨 아들들과, 8,3에서 여예언자로 불리는 그의 아내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확대된 제자단은(어떤 이들은 이 집단이 진정한 의미의 ‘이사야 학파’라고 하기도 한다). 스승의 신탁들에서 출발하여 문학적 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들은 또한 기원전 587년에 일어난 예루살렘 함락과 성전의 파괴 그리고 유배라는 대환난 이후,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의 핵심이 되는 충실한 “남은 자들”을 이루었음에, 또는 적어도 그들을 예시했음에 틀림없다.

이사야서 안으로 들어간 문집들의 수와 규모에 대해서는 추측만을 할 수 있을 따름이다. 함께 모아진 모든 신탁들과 역사 이야기들은 대부분의 다른 예언서들, 특히 예레미야서와 에제키엘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다음과 같이 세 부분을 포함하는 전통적인 도식 속으로 삽입되었다.

가. 이스라엘에 내려지는 심판에 대한 예언

나. 이민족들의 불행에 대한 예언

다. 주로 이스라엘에 대한 구원의 약속

그런데 여러 문집들이 이사야서에 받아들여질 때에, 종종 이미 위와 똑같은 도식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편집할 당시에 이들을 다시 분류해 이 전체적인 틀 속으로 집어넣기에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1─39장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1장: 책 전체의 도입 부분으로서, 여러시대의 신탁들 가운데에서 선별한 것들로 이루어졌으며, 예언자의 선포 내용을 요약하여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녔다.

2━12장: 이스라엘과 유다에 관한 예언서들로서 대부분이 이사야서에서 가장 오래된 것들이다

13━23장: 이민족들에 대한 신탁들이다.

24━27장: 주로 묵시록의 성격을 띤 것들이다.

28━33장: 이스라엘과 유다에 대한 약속과 위협을 담은 다양한 신탁들이다.

36━39장: 산헤립이 예루살렘을 공격할 당시 이사야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