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알랑송 (1873~1877)

제1장

사랑하는 어머니, 제게는 이중으로 어머니이신 당신께 제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 놓습니다. 처음에 어머니께서 이것을 시키셨을 때는 자칫 나 자신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다가 얼이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그다음에, 다만 순명하는 것을 예수님께서 좋아하실 것이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제가 정작 하게 될 일은 주님의 자비하신 은혜를1 찬양하는 것뿐일 테고, 이는 저의 영원한 사명이기도 합니다.

1. 시편 89[88],2

펜을 들기 전에 저는 천상의 모후께서 우리 가족에게 각별한 모성애를 갖고 계심을 수없이 증명해 줬던 성모상2 앞에 무릎을 꿇고, 그분을 거스를 만한 것은 한 줄도 쓰지 않게 제 손을 이끌어 주시라고 빌었습니다. 그러고 복음서를 펴서,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신 다음,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마르 3,13)라는 말씀을 읽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저의 성소와 제 일생의 신비와 특히 예수님께서 제 영혼에 주신 특별한 은혜를 가리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격을 갖춘 듯 보이는 이를 부르지 않으시고 당신 뜻에 맞는 자를 부르시니, 바오로 사도께서도 “하느님께서는 …… ‘자비를 베풀려는 이에게 자비를 베풀고 동정을 베풀려는 이에게 동정을 베푼다.’ 그러므로 그것은 사람의 의지나 노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에 달려 있습니다.”(로마 9,15–1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 본래 성녀의 집에 있던 성모상인데, 자매들 중 셀린이 마지막으로 수녀원에 들어오면서 가지고 왔다. ‘미소 짓는 동정 성모상’이라 불리며 현재 성녀의 유해를 모신 데레사 성녀 기념관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