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두 선택한다
셀린 언니와 신앙 토론 비슷한 것도 자주 했습니다. 엄마가 쓰신 편지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귀여운 셀린과 데레사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축복받은 아이들이야. 마리에게는 데레사가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는 동생이고 영광스럽게까지 여긴단다. 마리가 얼마나 데레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몰라. 사실 아기는 그 나이에 할 수 없는 아주 기발한 해답을 잘 내 놔. 그런 것으로는 나이가 곱절 많은 셀린을 능가하지. 언젠가 셀린이 ‘하느님께서 어떻게 그 조그만 밀떡 속에 계실까?’ 하고 물으니까, 아기는 ‘그게 뭐가 이상해? 하느님은 전능하시니까 그렇지!’ 하고 대답하더구나. ‘전능이 무슨 뜻이야?’ 하니까, ‘하고자 하시는 것은 무엇이나 다 하신다는 뜻이지!’라고 대답했단다.”11
하루는 레오니 언니가 인형 놀이는 이제 그만둘 나이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인형과 인형 옷, 인형 옷감으로 쓸 예쁜 헝겊들을 바구니에 담아 저희에게 들고 와서는, “얘들아, 골라 보렴. 달라는 걸 줄게.”라고 했습니다. 셀린 언니는 조그만 색 끈 뭉치가 마음에 들어 그것을 집었습니다.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난 다 가질래!”라고 말하고 그냥 바구니째 가져 버렸습니다. 그때 이것을 본 사람들은 저보고 잘했다고 했으며 셀린 언니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셀린의 대부가 평소에도 선물을 많이 주었고, 하녀인 루이즈도 셀린이 원하는 대로 다 주었기 때문에 셀린 언니는 장난감이 아주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의 소소한 일이지만 나중에 제가 완덕의 길을 걷게 된 것을 보면 이 사건은 제 일생의 한 축약판입니다. 성인聖人이 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며 언제나 가장 완벽한 길을 찾아 내야 하고,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성덕에는 층이 많으며 큰일을 하든 작은 일을 하든 각 영혼이 주님의 선의, 즉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희생들 중에서 선택하여 자유로이 응답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릴 때 했던 것처럼 “하느님, 저는 모두 선택합니다. 반쪽짜리 성인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하느님 때문이라면 어떤 괴로움도 두렵지 않고, 오직 두려운 것은 제 고집대로 하는 것, 그것 하나입니다. 저는 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모두 선택’하오니, 저의 의지를 받으소서!” 하고 외쳤습니다.
청소년기 이야기는 아직 할 때가 아니니, 네댓 살 꼬맹이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겠습니다. 그 나이에 꾸었던 꿈이 생각나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여전히 생생합니다. 어느 날 꿈에 저 혼자 뜰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비탈 위 정원으로 가려고 계단을 오르려다 저는 놀라서 멈춰 섰습니다. 정원 쉼터 옆에 석회 통이 있었는데 흉측하고 조그만 마귀 두 마리가 그 위에서, 양발에 쇠사슬을 달고 무겁지도 않은지 사뿐사뿐 뛰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저를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쳐다보더니 저보다 더 겁을 먹은 듯 즉시 통에서 뛰어내려 달아나더니 맞은편에 빨래방 안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그것들이 의외로 겁쟁이인 걸 알고 뭐 하는지 보려고 세탁실 창문까지 갔습니다. 그 애송이 마귀들은 거기서 어쩔 줄을 모르고 제 눈길을 피해 탁자 위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제가 여전히 있나 보려고 수시로 창문께로 와 보고는, 저를 보면 다시 미친 듯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 꿈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는 하느님께서 이 꿈을 통해, 어린아이의 눈길조차 무서워 도망 다니는 그런 겁쟁이 마귀를 은총을 받는 영혼은 조금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셨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