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린 언니가 내 엄마가 되다

폴린 언니가 내 엄마가 되다

교회가 돌아가신 엄마를 축복하던 날,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또 한 분의 엄마를 저에게 주고자 하셨고, 제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셨습니다. 우리 다섯 자매는 다 함께 모여 서로 슬프게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루이즈도 함께 있었는데, 셀린 언니와 저를 보고 “가엾어라, 이제는 엄마가 없구나!” 하니까 셀린 언니가 마리 언니의 품에 안기며 “그럼, 언니가 이제부터 내 엄마야!” 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늘 셀린 언니가 하는 대로 따라 했지만, 이때는 아니었습니다. 원장 수녀님, 저는 당신에게로 향해서 “그럼, 나는 폴린 언니가 내 엄마야!” 하고 소리치며 당신 품에 안겼던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때부터 제 생애의 2차 시기로 들어섰습니다. 이 시기는 제 평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고, 두 번째 엄마로 정한 폴린 언니가 ‘가르멜 여자 수도원’에 들어간 뒤부터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이 기간은 네 살 반부터 열네 살까지였으며, 이 무렵에 저는 인생의 무게를 알게 되며, 어린이로서 저만의 성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자 제 성격은 매우 달라졌습니다. 활력 넘치던 제가 수줍어서 움츠러들고 감정이 극도로 예민해졌습니다. 누가 조금 쳐다보기만 해도 금세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무도 저를 신경 쓰지 않고 있어야 마음이 편안했고, 낯선 사람들과 같이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가족끼리 있을 때에야 비로소 다시 명랑해졌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저를 한결같이 잘 돌보아주었습니다. 애정이 가득했던 아빠는 엄마 몫까지 다해 저를 사랑해 주셨고, 폴린 언니와 마리 언니도 저에게 인자하고 헌신적인 엄마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아! 만일 하느님께서 당신의 어린 꽃에게 따뜻한 햇볕을 아낌없이 주지 않으셨다면, 이 꽃은 도저히 이 세상의 풍토를 견디지 못했을 것입니다. 꽃은 비바람을 이겨 내기에는 너무 가냘펐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온기며 단 이슬, 봄바람의 은혜가 부족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시련의 눈[雪] 속에서도 그 은혜를 찾아내게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