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성월
저는 하느님을 대단히 사랑하였고, 엄마가 가르쳐 주신 기도문을 외우며 제 마음을 자주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그런데 5월 어느 날 저녁에 이야기하기 괴로운 잘못을 하나 저질렀습니다. 그 잘못은 제가 겸손해질 큰 바탕이 되는 일이었고, 저는 이 잘못을 완전히 뉘우쳤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너무 어려서 성모 성월 기도를 하러 가지 못했기 때문에 빅투아르26와 집에 남아서 성모 성월 기도상 앞에서 함께 기도를 바쳤습니다. 이 기도상은 제가 직접 요모조모 꾸민 것으로, 상은 물론이고 촛대며 꽃병이며 모두가 참 자그마해서 초 두 개만 켜도 온 상이 넉넉히 환했습니다. 빅투아르는 가끔 저를 놀라게 하려고 초 동강 두 개를 더 내놓기도 했지만, 그건 드문 경우였습니다. 그날 저녁에 기도드릴 준비를 다 한 후 빅투아르에게 “내가 불을 켤 테니 ‘생각하소서’를 시작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빅투아르는 시작하는 척하고 아무 소리 내지 않으면서 저를 보고 웃기만 했습니다. 저는 귀중한 초가 빨리 타는 것을 보고는 제발 시작하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잠자코 있었습니다. 저는 무릎을 펴고 일어서 빅투아르에게 소리지르며 나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평소 양순하던 제 모습은 잊고 힘껏 발을 쾅쾅 굴렀습니다. 가엾은 빅투아르는 놀라 웃음을 거두고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숨겨놨던 초 동강 두 개를 보여 주었습니다. 화에 받혀 흘리던 눈물이 점점,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기 위한 참회의 눈물이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또 한 번 빅투아르와의 사이에 있었는데 그 일은 참회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조금도 냉정을 잃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부엌의 벽난로 위에 있는 잉크병이 갖고 싶었습니다. 키가 너무 작아서 그걸 집을 수 없었기 때문에, 빅투아르에게 꺼내 달라고 공손히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거절하며 직접 의자 위로 올라가서 꺼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녀의 마음씨가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곧 그녀가 자신의 마음씨가 나쁘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싶어졌고, 그녀를 가장 불쾌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빅투아르는 제가 귀찮을 때 가끔 ‘조그만 계집애’라고 불렀는데, 저는 이 말을 듣는 것이 몹시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의자에서 내려오기 전에 아주 거만하게 돌아서서 “빅투아르는 계집애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한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도록 놔두고 도망갔습니다. 그 결과는 금방 나타나서, 저는 빅투아르가 곧바로 “마리 아가씨! 데레사가 지금 저에게 계집애라고 했어요!” 하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습니다. 마리 언니가 와서 빅투아르에게 사과하라고 했지만 저는 아무런 뉘우침 없이 입으로만 사과했습니다. 그녀의 큰 팔을 제게 작은 도움을 주는 일에 사용하지 않았으니, 저에게 계집애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둘은 몹시 친했습니다.
하루는 커다란 위험에 빠질 뻔했던 저를 구해 주기도 했습니다. 빅투아르는 물이 가득 들어 있는 양동이를 옆에 두고 다리미질을 하고 있었고, 저는 의자에 앉아 평소 습관대로 의자를 흔들흔들하면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의자에서 미끄러지면서 양동이 안으로 떨어졌습니다! 몸이 접힌 채 양발이 머리에 완전히 닿아서, 마치 계란 속에 박혀 있는 병아리처럼 양동이 속에 박힌 것입니다! 빅투아르는 그런 걸 처음 봤기 때문에 굉장히 놀라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재빨리 통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나올 수 없었습니다. 속에 꽉 끼어서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녀가 한참 애를 써서 저를 양동이에서 빼내 주었습니다. 그러나 옷이며 그 밖의 모든 것이 이미 흠뻑 젖어 버린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한번은 난로 속에 떨어지기도 했는데, 다행히 불은 피워져 있지 않았습니다. 빅투아르가 재투성이가 된 저를 건져 올려 털어 주었습니다. 이 일은 당신께서 마리 언니와 함께 성가대 연습하러 갔던 수요일에 일어났습니다. 뒤셀리에 신부님27이 방문한 날도 그날이었습니다. 빅투아르가 집에 막내인 데레사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말하자, 그분은 부엌으로 저를 보려고 오셔서 제가 숙제하는 것을 들여다보셨습니다. 그분께 첫 고해를 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기 때문에, 제 고해 신부님을 맞이하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아, 얼마나 그리운 추억들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