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지만 엄격한 교육

따뜻하지만 엄격한 교육

제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은혜를 받은 것은 사랑하는 원장 수녀님을 통해서였습니다. 당신은 가끔 밤에 무엇인가를 찾아오라고 멀리 떨어진 뒷방으로 저를 혼자 보내고는 하셨습니다. 만일 그렇게 잘 지도해 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는 신경쇠약증에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신경쇠약증은커녕 공포심이란 걸 잘 모르고 삽니다. 당신이 얼마나 정이 많으신 분이고 저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아는데 그러면서 어떻게 그렇게 엄할 수 있었는지 가끔 신기하게 생각됩니다. 당신은 저의 아주 작은 잘못이라도 그대로 두지 않으셨으니까요. 당신께서 까닭 없이 꾸짖으시는 일은 결코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정한 일이라면 도중에 변경시키신 적도 없습니다. 저는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신께서 한번 금하신 것은 하지 않았고 할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빠까지도 당신의 의견에 따라야 했지요. 당신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저는 산책하러 가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산책하러 가자고 하시면 “폴린 언니가 좋아하지 않는걸.” 하고 대답했지요. 그러면 아빠가 언니에게 허락을 받으러 가셔야 했습니다. 가끔 아빠 기분 좋으시라고 폴린 언니가 “그러세요.”라고 대답했지만, 어린 저는 언니의 표정에서 그것이 마음이 내켜 하는 대답이 아닌 것을 읽고는 울음을 터뜨려 버렸어요. 그리고 언니가 “그렇게 해.”라고 말하며 진심으로 입 맞춰 줄 때까지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 저는 겨울마다 아팠는데, 폴린 언니가 돌봐 주던 거 생각하면 친어머니 같은 그런 애정이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플 때 언니는 저를 자신의 침대에서 자게 해 주었는데 이건 정말 엄청난 특혜였고, 제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모두 주었습니다. 하루는 폴린 언니가 베개 밑에서 작고 예쁜 칼을 꺼내 제게 주는데 미칠 듯 행복했습니다. “아, 언니! 나를 너무 사랑해서 별 무늬 자개가 박힌 이 예쁜 칼을 주는 거지? 그렇게 나를 사랑하니, 나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언니 시계도 줄 거야?”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언니는 “너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말할 것도 없고, 네가 빨리 낫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희생은 즉시 할 수 있지.”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그 감정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고 고마웠습니다.

여름에는 위염으로 가끔 앓아 누웠는데, 그때도 폴린 언니는 다정하게 보살펴 주었습니다. 저를 기분 좋게 해 주려고 한 일들 중에 제일 좋았던 것은 저를 손수레에 태워 정원을 한 바퀴 돈 다음에 내려 놓고, 이번에는 데이지 꽃 한 줄기를 조심 조심 제 미니 정원까지 실어 가서는 거창한 기념 의식과 함께 꽃을 거기에 심는 것이었습니다.

제 가장 깊은 비밀까지도 알고 있고, 제 모든 의심을 풀어 주는 사람도 폴린 언니였습니다. 하루는 하느님께서 천국의 모든 성인들에게 똑같은 영광을 주시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서, 성인들이라고 모두가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닌지 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언니는 아빠의 큰 컵을 가져오라고 해서 그것을 제 작은 컵 옆에 놓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게 큰 겁과 작은 컵에 각각 물을 채우게 하고는 어느 것이 더 가득 찬 것 같은지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둘 다 똑같이 가득 차서 더 이상 물을 부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사랑하는 폴린 엄마는 하느님께서는 성인들에게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영광을 주시기 때문에 제일 작은 성인이라도 제일 큰 성인을 조금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라며 저를 이해시켜 주었습니다. 그렇게 폴린 엄마는 깊고 숭고한 신비들을 제 수준에 맞춰 알려 주셨고 제 영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을 주셨습니다.

매년 상 받는 날이 점점 다가오면 기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 일도 다른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여서 제가 못 받을 상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심사위원 나리들’ 앞에 단독 수상자인 제가 홀로 서 있고 ‘프랑스 및 나바르의 왕’이신 아빠가 선언문을 읽으셨습니다. 영광의 관과 상품을 받으며 제 가슴은 마구 뛰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최후의 심판 날을 본뜬 것 같이 생각됐습니다! 시상식이 끝나면 사람들이 바로 작은 여왕의 흰 드레스를 벗기고 옷을 갈아입혀, 이어질 평민들의 잔치에 신분을 숨기고 참석하기 좋게 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