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괴로움

내가 겪은 괴로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리 언니는 성모님께서 저에게 비밀스런 은혜를 내려 주셨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니는 우리 둘만 있을 때 제게 그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 알고 있다는 듯 살살 달래며 정곡을 찌르는데, 나만의 비밀을 언니가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깜짝 놀라서 다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아, 제가 처음 짐작했던 대로, 비밀이 사라지자 제 행복도 사라지고 씁쓸함만 남게 되었습니다! 제가 받았던 이 형언할 수 없는 은혜는 이후 4년 동안 제 영혼의 시련이 되었고, ‘승리의 성모상’ 발아래 무릎을 꿇고서야 비로소 제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49 그때 제 행복을 완전히 다시 찾았습니다. 성모님의 이 두 번째 은혜에 대해서는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제 기쁨이 어떻게 슬픔으로 변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49. 1887년 2월 4일, 데레사가 로마 순례를 떠나기 전날이다.

있었던 그대로 손짓 발짓을 곁들여 제가 받은 은혜에 대해 들려 주었더니, 마리 언니는 가르멜에 가서 말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저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후에 내 사랑 가르멜을 방문해서 폴린 언니를 만나고 거기다 언니가 성모님 복장을 하고 있어서 기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서로가 반가운 순간이었습니다. 할 말이 많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가 가슴에 가득 차 있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리아의 곤자가 원장 수녀님도 거기 계시며 저에게 여러 가지로 애정을 표현하시고 다른 수녀들도 와서, 그분들은 저에게 제가 받은 은혜에 대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셨는지, 빛이 환하게 비쳤는지 등의 질문이 쏟아지는데 정신이 없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성모님은 아주 아름다우시고, 그분은 저를 보고 미소 지으셨어요.” 이 한마디가 전부였습니다. 제게 감명을 주었던 것은 성모님 얼굴뿐이었는데, 가르멜 수녀들은 완전히 다른 걸 상상하고 있었던 것 같으니 (괴로운 걸로 보아서는 제 영혼의 시련은 이미 시작되었고), 제가 거짓말을 하였나 생각했습니다. 제가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으면 행복도 지켰겠지만, 성모님은 제 영혼에 약이 되라고 제 행복이 깨지게 두셨습니다. 안 그랬으면 머리에 헛바람이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부끄러운 마음을 갖게 되어, 내 생각을 하려 하면 언제나 극심한 공포가 밀려 왔습니다. 아, 이것이 어떤 것인지는 천국에 가서나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