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첫발
마리 언니에게 이 말을 했더니 언니는 예의 그 친절함으로 그럴 리가 없다며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고해성사 때 말씀드렸더니 고해 신부님도 그렇게 심한 꾀병은 불가능하다며 저를 진정시키려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가르멜에 들어오기 전까지 저를 정화하시고 겸손하게 만드시기 위해 이 내적 순교에 맡기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가르멜에 들어와서야 우리 영혼의 아버지46께서 손으로 쓸어 담듯 저의 모든 의심을 없애 주셨습니다. 그때부터는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제가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아프지 않은데 사람들 눈에 아프게 보이는 건 아닌가 두려워했던 것이 놀랄 일은 아닙니다. 저는 거의 언제나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보였고 의미 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확실히 단 한순간도 의식을 잃은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예사로 기절한 사람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로, 누가 제 몸을 어떻게, 설령 죽이려 한다 해도 가만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로 있었지만 주위에서 나는 말소리를 다 들었고 지금도 그 들은 것들을 기억합니다. 한번은 긴 시간 눈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가, 혼자 있는데 잠깐 눈이 떠지기도 했습니다.
악마가 제 몸을 제어할 힘은 얻었지만 제 영혼과 마음에 접근할 수는 없었다고 믿고 있는데요, 어떤 강렬한 두려움은 제게 불어 넣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가져온 그냥 약인데도, 제가 그걸 강력하게 거부해서 먹일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악마가 제게 접근하도록 허락하셨지만 또한 천사도 보내주셨습니다. 마리 언니는 언제나 제 가까이에서 저를 보살피고 엄마처럼 다독여 주었습니다. 언니는 귀찮은 기색을 보인 적이 없었지만 그런 언니에게 여전히 말썽을 부리며 잠시도 제 곁을 못 벗어나게 했습니다. 언니가 아빠와 식사를 하기 위해 방을 나갔을 때는 돌아올 때까지 언니를 찾으며 불렀습니다. 그때는 빅투아루가 대신 저를 돌봐 주러 왔는데 번번이 제가 ‘엄마’라고 부르는 마리 언니를 데리러 가야 했습니다. 마리 언니가 미사에 참석하거나 폴린 언니를 보기 위해 외출할 경우에는 제가 찾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