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와 독서
당신께서 가르멜에 들어가시기 전 있었던 몇 가지 제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성화聖畵를 보는 것과 독서를 좋아했다는 것도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제가 덕을 닦도록 가장 큰 자극을 준 것은 원장 수녀님께서 상으로 보여 주신 아름다운 성화였습니다. 성화를 들여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는데, 예를 들어 ‘감실 안에 계신 하느님의 작은 꽃’이란 성화는 얼마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지 온통 정신을 빼앗길 지경이었습니다. 그 꽃 아래 폴린 언니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제 이름도 거기 적혀져 그분의 작은 꽃이 되어 예수님께 바쳐지고 싶었습니다. 저는 재밌게 놀 줄은 몰랐지만 독서를 무척 좋아했으므로 가르멜에 오지 않았다면 일생을 독서만 하며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저를 인도해 주는 지상의 천사들이 있어서 정신과 영혼에 양식이 됨과 동시에 제 마음도 즐겁게 해 주는 책을 골라 주었습니다. 독서를 할 때에도 시간을 정해 놓고 한정된 시간에만 읽었기에 아주 재미있는 부분을 읽는 중이라도 가끔 중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저의 큰 희생거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독서의 매력은 가르멜에 들어올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 손을 거쳐 간 책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제가 나쁜 영향을 받을 만한 책은 하나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