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한 의사의 비유
하느님의 도우심이 없었더라면 저도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만큼이나 깊은 골짜기에 떨어졌을 것입니다! 시몬 성인에게 하신 하느님의 심오한 말씀이 마음속에 고요히 울립니다.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루카 7,47)라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보다도 저를 더 많이 용서해주셨습니다. 저를 미리 용서해 주시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을 막아 주셨으니까요. 아,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을 예를 통해 나타내 보겠습니다.
어떤 용한 의사의 아들이 길을 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져서 팔이나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아버지가 급히 달려와서 아들을 다정히 안아 일으키고, 자신의 온갖 의술로 상처를 치료하여 완전히 낫게 하면 아들은 아버지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물론 이 아이는 당연히 아버지를 사랑할 것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이 가는 길에 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급히 앞질러 가서 아무도 모르게 그 돌을 치워 버렸습니다. 아들은 선견지명이 있는 애정을 받았지만 아버지의 손으로 예방된 불행을 모르기에 아버지에게 감사함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고, 아버지가 고쳐 준 앞의 경우보다는 아버지를 덜 사랑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들이 아버지의 도우심으로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면 아버지를 더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의인’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죄인’을 구원하고 용서하기 위해 예수님을 보내신 선견지명이 있는 하느님의 사랑, 그 사랑의 대상이 된 이 아이가 바로 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많은 정도가 아니라, 저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당신을 사랑하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가 당신을 많이 사랑하기를 기다리셨던 것처럼 하지 않으시고, 당신이 저를 어떻게 형언할 수 없이 사랑하셨는지 미리 알려 주셔서, 이제는 제가 당신을 미칠 듯이 사랑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회개하는 영혼보다 더 사랑하는 깨끗한 영혼은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얼마나 이 말을 거짓말로 만들고 싶은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