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언니가 가르멜에 들어가다

마리 언니가 가르멜에...

알랑송을 떠날 때 저는 레오니 언니가 성 글라라 수도회 수녀들과 함께 살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슬픈 마음으로 반달이 뜬 쓸쓸한 거리를 떠났습니다. 이제 우리 자매는 세 명밖에 없었는데 머지않아 사랑하는 마리 언니도 우리를 떠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10월 5일은 작별의 날이었습니다. 뷔소네의 즐겁고 많은 가족 중에 이제는 마지막 두 아이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비둘기들은 어미 둥지를 떠나갔고, 남아 있는 비둘기들도 그들을 따라 날아가고 싶었으나 높이 날기에 이들의 날개는 아직 너무 연약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중 가장 어리고 약한 비둘기를 당신에게 부르시고자 그 날개를 빠르게 길러 주셨습니다. 가장 보잘것없는 방법으로 당신의 선하심과 강하심을 즐겨 보여 주시는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은총에 더 합당한 셀린보다 저를 먼저 부르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가 얼마나 약한가를 보시고, 부르시기에 앞서 바위틈에 저를 숨겨 주셨습니다.

마리 언니가 ‘가르멜’에 들어갔을 때 저는 아직도 세심증에 잡혀 있었습니다. 제 마음을 언니에게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되자, 저는 하늘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한 걸음 앞서 천국에 올라간 네 명의 작은 천사들에게 말했습니다. 그 죄 없는 영혼들은 겁이나 불안을 조금도 몰랐으니, 세상에서 괴로워하는 가엾은 작은 동생을 불쌍히 여기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저는 집안의 막내였기에 언제나 언니들의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해 왔고, 네 명의 천사들도 세상에 살아 있었다면 똑같은 애정을 제게 주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들이 천국에 들어갔다고 해서 저를 잊을 리가 없을 것 같았고, 오히려 하느님의 보물 창고에서 은혜를 얻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거기서 저를 위한 평화를 보내줌으로써 천국에서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체 없이 대답이 왔습니다. 제 마음에는 곧 평화의 달콤한 물결이 넘쳤습니다. 저는 세상에 있는 이들뿐만 아니라 천국에 있는 분들에게서도 사랑을 받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오빠와 언니들에 대한 신심이 커졌고, 그들과 자주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로 귀양살이의 슬픔이나, 머지않아 그들을 따라 영원한 고향으로 가고 싶은 제 소원을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