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결합
마침내 모든 날 중 가장 아름다운 날이 왔습니다. 이 천국의 하루 같던 날의 아주 작은 일까지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지요! 새벽하늘 아래서 기쁘게 잠을 깼던 일, 수녀님들과 친구들의 경건하고 사랑에 넘치는 입맞춤을 받던 일, 큰 방에 눈처럼 하얀 옷들이 가득 차 있어서, 아이들이 차례로 옷을 받아 입던 일, 특히 성당에 들어가 ‘천사들이 에워싼 거룩한 제대여!’ 하는 아침 성가를 부르던 일 등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너무 자세한 일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밖에 내놓기 무섭게 향기를 잃는 물건이 있으며, 세상 말로 옮겨 놓자마자 그 은밀하고 신비로운 뜻을 잃어버리는 마음속의 생각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숨겨진 만나를 주고 흰 돌도 주겠다. 그 돌에는 그것을 받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새 이름이 새겨져 있다.”(묵시 2,17)라고 하신 것과 똑같습니다. 아! 제 영혼에 주신 예수님의 첫번 째 입맞춤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입맞춤이었으며, 저는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를 당신께 영원히 바칩니다.” 이 사랑에는 아무런 요구도 싸움도 희생도 없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수님과 어린 데레사는 서로 바라보고 서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둘이 아니었으니, 데레사는 물방울이 바닷물 속에 사라지는 것처럼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예수님 혼자만 남아 계셨으니, 그분은 저의 스승님이자 임금님이었습니다. 데레사는 자신만의 자유가 없게 해 달라고 예수님께 청하지 않았습니까? 저에게는 그 자유가 겁이 나는 것이었으니까요. 저는 스스로 한없이 연약한 존재로 느껴져서, 하느님의 힘에 영원히 결합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저의 기쁨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마침내 기쁨의 눈물이 넘쳐흘렀습니다. 친구들은 깜짝 놀라 나중에 이런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데레사가 왜 울었을까? 무슨 걱정이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아니야, 엄마가 옆에 없어서 그랬거나, 그 애가 좋아하는 가르멜에 있는 언니가 옆에 없어서 그랬을 거야.” 그들은 하늘의 온갖 기쁨이 마음속에 찾아왔기 때문에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 지친 마음이 눈물을 쏟지 않고는 이 기쁨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첫영성체하는 날 엄마가 안 계시다고 해서 서러웠을 리는 없습니다. 천국이 제 마음속에 있고 엄마도 오래전부터 거기에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찾아오셨을 때 엄마도 오셔서 제 행복을 기뻐하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또한 폴린 언니가 없어서 운 것도 아닙니다. 물론 언니가 옆에 있었다면 더 행복했겠지만, 오래전부터 그런 희생은 견디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제 마음에 기쁨만이 가득했습니다. 그토록 다정하게 오시는 하느님께 취소할 수 없는 서약으로 자신을 바친 폴린 언니와 저는 굳게 결합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