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봉헌하다
그날 오후에는 제가 성모님께 봉헌하는 기도문을 낭독하였습니다. 아주 어릴 때 이 세상의 어머니를 잃은 제가 친구들을 대표해서 천상의 어머니께 이야기하게 된 것이었지요. 어머니의 품에 뛰어들어 지켜 주시기를 청하는 어린아이처럼 성모 마리아께 말씀드리고, 그분께 저를 바치는 데 온 마음을 쏟았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작은 꽃을 내려다보시고, 다시 한 번 방긋이 웃으셨습니다. 예전에 그 ‘미소’로 제가 아플 때 구해 주신 분이 성모님 아니었습니까? 당신의 작은 꽃인 저의 꽃받침 안으로 “샤론의 수선화, 골짜기의 나리꽃”(아가 2,1)인 예수님을 성모님께서 내려놓으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즐거운 이날 저녁에 저는 온 가족을 다시 만났습니다. 미사가 끝난 아침에 벌써 사랑하는 아빠와 친척들에게 입을 맞추었지요. 저녁에는 정말 모두가 모였습니다. 아빠는 당신 작은 여왕의 손을 이끌고 가르멜로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이미 예수님의 정배가 되어, 저처럼 하얀 베일을 쓰고 장미꽃 관도 올린 폴린 언니를 보았습니다. 저의 기쁨은 한 가닥의 슬픔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기쁨이었고, 저도 머지않아 언니가 있는 곳으로 가서 언니의 곁에서 천국을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첫영성체 날 저녁에 가족들이 집안 잔치를 열어 줘서 감격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빠가 주신 예쁜 손목시계도 참 좋았지만, 제 고요한 행복과 마음의 평화는 그 무엇에도 어지럽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날이 가고 밤이 와서 마리 언니가 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아무리 빛나는 날도 어둠이 따르기 마련이니까요. 오직 천국에서만 처음으로, 그리고 영원히 결합되는 날이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