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걸음

장군의 걸음

하느님께서는 제게 많은 은혜를 주셨지만, 제가 받기에 합당해서 주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너무 불완전했기에 덕행을 닦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 방법이라는 것이 아주 이상했는데,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막내였기 때문에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셀린 언니가 함께 자는 우리 방을 치워도 저는 전혀 일을 돕지 않았습니다. 마리 언니가 가르멜에 들어간 뒤로는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가끔 집안일을 조금 하고 셀린 언니가 없을 때에는 저녁에 화분을 들여놓는 일도 했습니다. 제가 말한 것처럼 이런 일들은 다만 하느님을 위해서 하는 것이었으니까 사람들의 감사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셀린 언니가 제 작은 도움을 받고 좋아하거나 깜짝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 저는 눈물을 흘리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저는 감수성이 너무 예민해서 사람들을 힘들게 하곤 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어떤 사람에게 무심코 걱정을 시키게 되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마리아 막달레나 성녀처럼 울음을 터뜨려서 더 큰 잘못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잘못에 대한 걱정을 잊을 때쯤이면, 이번에는 운 것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주위에서 아무리 타일러도 이 결점을 고치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유아 시절의 포대기에 싸여 있으면서 어떻게 ‘가르멜’에 들어갈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저를 단번에 크게 하려면 아무래도 하느님께서 조그마한 기적을 내리셔야 했는데, 하느님께서는 성탄절에 이 잊지 못할 기적을 주셨습니다.65 성삼聖三의 환희로 빛나는 밤에 사랑스러운 갓난아기 예수님께서 제 영혼의 어둠을 찬란한 빛으로 바꿔 주셨습니다. 그날 밤에 예수님께서는 저를 사랑하시는 까닭에 약하고 괴로운 자가 되어 저를 강하고 용맹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무기를 제게 쥐어 주시어 그 축복받은 밤 이후에 어떤 싸움에서도 패하지 않고 승리를 거듭하며 걸어갔으니, ‘장군의 걸음’을 걷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 눈물의 샘은 말라서 다시 터지는 일이 거의 없어졌는데, 저에게 "어릴 때 그토록 우니, 자라서는 울려고 해도 눈물이 없겠구나!"라고 한 말씀이 들어맞았습니다. 제가 어린아이에서 탈피하게 된 은혜, 한마디로 제가 완전한 회개의 은혜를 받은 것은 1886년 12월 25일이었습니다.

65. 1886년 12월 24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