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총장 신부님의 반대
사랑하는 원장 수녀님, 외삼촌의 승낙을 얻고 며칠 후에 당신을 뵈러 갔을 때, 이제 모든 시련이 다 지나가서 제가 얼마나 기쁜지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수도원의 총장 신부님이 제가 스물한 살이 되기 전에는 저를 들일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을 당신께 들었을 때, 저의 놀라움과 슬픔이 어떠했겠습니까……. 이제까지 중에 가장 이겨 내기 힘든 이 반대는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용기를 잃지 않고, 제가 정말 가르멜의 성소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기 위해 아빠와 셀린 언니와 함께 총장 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총장 신부님은 아주 냉정하게 우리를 맞이했고, 착한 아빠와 제가 아무리 간청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아무 말도 그분의 마음을 변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급박한 위험에 처해 있지 않으며, 집에서도 가르멜의 수녀처럼 생활할 수 있고, 수녀원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크게 손해 볼 일이 없을 것이라는 등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끝으로 자신은 주교님의 위임을 받은 사람일 뿐이니, 주교님이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신다면 거절할 수 없다고 부언하시며 말씀을 마치셨습니다. 눈물에 젖어 총장 신부님의 사무실을 나섰는데, 다행히 비가 폭포같이 쏟아져서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우산으로 가릴 수 있었습니다. 아빠는 저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하셨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결심하고 주교님이 계시는 ‘바이외’에 가고 싶다고 아빠에게 말씀을 드리자마자,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만일 주교님도 가르멜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교황님까지도 뵙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바이외로 떠날 수 있을 때까지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제 생활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습니다. 공부도 하고 셀린 언니와 그림도 배웠는데, 선생님은 제가 예술에 소질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갈수록 하느님을 더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알지 못하던 정열을 느꼈고, 때로는 진정한 사랑의 환희까지 맛보았습니다. 어느 날 저녁, 제가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것과 그분이 어디에서나 사랑과 찬미를 받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을 어떻게 알려 드리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지옥으로부터는 그분을 향한 사랑이 일절 없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제가 차라리 지옥에 빠진다면 이 저주의 구렁텅이에도 예수님을 향한 영원한 사랑이 있게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예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분은 우리의 행복만을 바라시는 분이므로, 이런 것은 그분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사랑에 빠진 이는 별별 어리석은 말을 다 하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말씀드린 것은 천국을 동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때는 사랑만이 저의 천국이었기에 마치 바오로 사도처럼 제 마음을 사로잡은 하느님의 사랑에서 저를 떼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로마 8,39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