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지니, 나의 첫아이
제 열정을 북돋워 주시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이를 어여삐 여기신다는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는 큰 죄인 한 사람이66 무서운 죄 때문에 사형 선고를 받았는데 회개를 하지 않고 죽게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가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막고 싶어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그리고 제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을 아는 만큼, 우리 주 예수님의 무한한 공로와 성교회의 보배를 하느님께 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셀린 언니에게 제가 바라는 것을 위해 미사를 드려 달라고 청했습니다. 미사를 청할 때 지향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대죄인 프랑지니를 위해서라고 제가 직접 청할 엄두를 감히 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셀린 언니에게도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언니가 너무나 다정하게 자꾸만 물어봤기 때문에 비밀을 이야기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제 비밀을 비웃기는커녕 자청해서 죄인의 회개를 도우려 했으므로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와 함께 그 죄인에게 은혜를 내려 주시기를 기도드렸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으니까요. 제 기도를 확실히 들어 허락하시리라는 것을 마음속 깊이 느끼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죄인들을 위해 기도할 용기를 얻기 위해서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드렸습니다. “주님, 당신께서 불행한 프랑지니를 용서해 주시리라는 것을 저는 확실히 믿습니다. 만일 그가 고백을 하지 않고 또 아무런 통회의 표시를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을 만큼 예수님의 무한한 인자하심을 믿습니다. 그러나 저를 위로해 주시기 위해 그가 통회했다는 표징 하나만 보여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그러자 제 기도는 글자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아빠는 저희가 절대로 신문을 읽게 하지 않으셨지만 프랑지니에 대한 기사를 보는 것은 아빠를 거스르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사형이 집행된 다음 날, 저는 <라 크루아(La Croix, 십자가)> 신문을 집어 들었습니다. 부리나케 펼치니, 이게 웬일입니까? 아! 전 감격한 나머지 눈물이 나와서, 신문을 덮고 달아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랑지니는 통회를 하지 않고 단두대에 올라가서 그 무시무한 구멍에 목을 들이밀려고 하다가, 갑자기 영감에 이끌려 몸을 돌이켰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부가 내미는 ‘십자가’를 빼앗아 들고 그 ‘거룩한 상처에 세 번 입을 맞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의 영혼은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루카 15,7) 하신 하느님의 자애로운 심판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저는 하느님께 청한 표징을 받았고, 이것은 예수님께서 제게 죄인들을 위하여 기도하도록 하신 충실한 은혜의 표지였습니다. 영혼의 목마름이 제 마음속에 스며든 것은 예수님의 상처에서 그 거룩한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던 때가 아니었습니까? 그 영혼들의 죄를 씻어 주기 위해서 그들에게 이 깨끗한 피를 마시게 해 주고 싶었는데, 제 첫 번째 영혼은 그 거룩한 상처에 입을 맞춘 것입니다! 얼마나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대답입니까! 아, 더할 수 없는 이 은혜를 받은 뒤부터 영혼을 구하고자 하는 제 바람은 날로 커져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예수님께서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요한 4,7) 하고 제게도 속삭이시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의 교환이었습니다. 즉 영혼들에게는 예수님의 피를 주고 예수님께는 거룩한 이슬로 생생해진 영혼들을 바쳤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저는 예수님의 목을 축여 드리는 것 같았는데, 예수님께 마실 것을 드릴수록 가엾게도 제 영혼의 목마름은 점점 더해 갔으니 하느님께서는 이 심한 갈증을 당신의 가장 소중한 음료수처럼 제게 주셨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