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의 반대
아빠의 승낙을 얻었으니 이제 아무 걱정 없이 가르멜로 갈 수 있겠다고 믿고 있었는데, 제 성소를 시험하는 고통스러운 시련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제 결심을 외삼촌에게 고백했습니다.74 외삼촌은 최대한 다정하게 많은 말씀을 해 주셨지만, 허락을 하시기는커녕 열일곱 살이 되기 전에는 제 성소에 대해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열다섯 살 된 어린아이를 가르멜에 들어가게 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로 생각한다고 하시며, 사람들은 가르멜의 생활을 깊은 명상의 생활로 많이 인식하고 있는데, 경험도 없는 어린아이로 하여금 그런 생활을 하게 한다면 신앙생활에 해를 끼치게 될 우려가 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이 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할 것이라는 등 여러 말씀을 하셨고, 외삼촌 본인은 기적이라도 봐야 허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말씀을 드려도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안고 돌아 나왔습니다. 제게 위로를 주는 것은 오직 기도였고, 저는 기적이 있어야만 부르심에 응할 수가 있으니, 그 기적을 행하여 주시기를 예수님께 간청했습니다.
꽤 오랜 시일75이 지나도록 저는 외삼촌에게 감히 다시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외삼촌 댁에 가는 것도 무척 괴로웠습니다. 또 외삼촌도 이제는 제 성소에 대해 생각하고 계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몹시 슬퍼하는 것을 보고 그분의 마음이 많이 움직이셨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제 영혼 위에 희망의 빛을 비춰 주시기 전에, 하느님께서는 제게 사흘 동안76 의 매우 쓰라린 고통을 하나 더 보여 주셨습니다. 아! 저는 어린 예수님을 찾아 헤매시던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근심을 바로 이 시련을 통해서 가장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황량한 광야에 서 있었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제 영혼은 사공도 없이 성난 파도에 내맡겨진 초라한 작은 배와도 같았습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제 배에서 잠들어 계셨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너무도 캄캄한 밤이라서 그분을 볼 수가 없었고, 아무것도 저를 밝혀 주지 않아서 번갯불조차 그 캄캄한 구름을 뚫고 번쩍이지 않았습니다. 그 번갯불은 매우 가냘픈 빛이었으니, 적어도 뇌우라도 한바탕 몰아쳤더라면 한순간이라도 예수님을 뵐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밤이었습니다. 영혼의 깊은 밤이었습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예수님처럼, 저는 지상에서도 천상에서도 위로를 받지 못해 고독했고, 하느님께서도 저를 버리신 것 같았습니다! 자연도 제 절절한 슬픔을 아는 듯, 그 사흘 동안은 햇살 한 가닥조차 구경할 수 없었고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언제나 신기하게 느꼈던 일인데, 일생의 중대한 일을 겪을 때마다 자연은 제 영혼의 모상이 되었습니다. 제가 울 때는 하늘도 함께 울고, 제가 기뻐할 때에는 태양도 기쁜 빛을 가득히 쏟아 주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