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나다

기적이 일어나다

마침내 나흘째 되던 날 외삼촌을 뵈러 갔는데, 그날은 천상의 성모님께 바친 토요일이었습니다. 외삼촌이 저를 바라보시다가 제가 말하기도 전에 저를 방으로 부르시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랐습니다. 외삼촌은 먼저, 제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가볍게 꾸짖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가르멜에 들어가기 위해 기적을 보일 필요가 없으며, 저의 가르멜 입회를 좋게 생각하는 것만이라도 해 주시기를 기도드렸더니 들어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 저는 기적을 간구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제게는 이미 기적이 주어져서 외삼촌은 이미 딴사람이 되어 있으셨습니다. 수녀원에 들어가기에 너무 어리다는 것은 더 이상 말씀하지 않으시고, 제가 하느님께서 갖고 싶어 하시는 작은 꽃이니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그분다운 대답이었습니다. 충실한 하느님의 청지기는 마음의 수양딸 하나가 이 세상에서 멀리 사라지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외숙모도 굉장히 다정하고 신중한 분이셨기에, 제가 시련을 겪는 동안 시련을 더할 만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를 통해 저에게 한없는 동정을 품고 계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외삼촌에게 허락을 받았을 때 외숙모도 허락은 하셨으나, 제가 떠나는 것을 크게 슬퍼하심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타내셨습니다. 아! 외삼촌과 외숙모는 똑같은 희생을 앞으로 두 번이나 더 해야 한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76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손을 내밀어 청하실 때 결코 ‘빈손’을 내놓지 않으시는 분이니, 가장 다정한 친구인 그분들은 그토록 필요했던 용기와 힘을 하느님께 받게 되셨던 것입니다. 제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원래의 이야기에서 너무 멀리 왔기에, 서운하지만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76. 나중에 게랭 외삼촌의 딸인 마리 게랭과 셀린 언니도 수녀원에 들어간다. –편집자 주

원장 수녀님, 외삼촌의 대답을 듣고 구름이 활짝 걷힌 고운 하늘 아래를 지나 뷔소네로 돌아가는 제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아시겠지요! 마음속의 어둠도 흩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제게 기쁨을 주시어, 파도 소리는 잠잠해졌습니다. 그때는 시련의 모진 바람은 가고 가벼운 바람이 제 돛을 밀어서, 바로 앞에 보이는 축복받은 항구에 금세 닿을 줄로만 알았습니다. 사실 제 배는 항구 가까이에 있었지만 아직 한 번 더 폭풍이 일어야만 했고, 폭풍이 등대 불빛을 가려 버리자, 그렇게도 열렬히 바라는 그 항구에 영원히 못 이르게 되지 않을까 겁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