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장난감
저는 얼마 전부터 저를 ‘장난감’으로 삼아 달라고 아기 예수님께 저를 바쳤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감히 손도 대지 못하고 들여다보기만 하는 비싼 장난감처럼 저를 다루지 마시고, 아무 가치도 없는 작은 공처럼 다루어 주시기를 청했습니다. 땅에 던지거나 발로 차거나 구멍을 내거나 구석에 처박아 두거나, 그러다 혹시 마음이 내키면 가슴에 꼭 껴안거나 마음대로 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저는 ‘아기 예수님을 즐겁고 기쁘게 해 드리고, 아기 예수님께서 하고 싶으신 대로 맡겨 드리려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 기도를 듣고, 이를 허락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로마에서 당신의 조그만 장난감에 구멍을 내셨습니다. 아마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나 보려고 하셨던 것이겠지요. 보시고는, 그 안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이내 공을 떨어뜨리고 잠이 드셨습니다……. 고요히 잠드신 동안 예수님께서는 무엇을 하시고, 또 버려진 공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예수님께서는 꿈을 꾸시면서도 공을 갖고 장난을 하셨습니다. 공을 집었다가 떨어뜨렸다가, 또 아주 멀리 굴러가게 던지기도 하셨다가, 마침내 가슴에 꼭 껴안고 다시는 당신의 작은 손에서 멀리 가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원장 수녀님, 당신의 작은 공이 ‘땅에 떨어져서’ 얼마나 슬퍼했는지 아시겠지요. 그러나 저는 모든 희망이 없어진 듯 보여도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로마 4,18 참조). 교황님의 알현이 있고 며칠이 지나 아빠는 시메옹 수사님88을 만나러 가셨는데, 거기에서 레베로니 신부님을 만나셨습니다. 그분은 아빠에게 무척 친절하셨다고 합니다. 아빠는 왜 저의 ‘어려운’ 일을 도와주지 않으시냐고 웃으며 물으신 다음에, 시메옹 수사님에게 당신 ‘여왕’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이 존경하는 수사님은 그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들으시고 공책에 적기까지 하시며, “이런 것은 이탈리아에서는 볼 수 없는 일입니다.” 하고 감격한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만남이 레베로니 신부님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주었으리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 후에 신부님이 제 성소를 결국 인정한다는 것을 표명하셨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