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호텔

궁전 호텔

잊지 못할 알현을 한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나폴리와 폼페이를 향해 떠나야 했습니다. 베수비오 산은 우리를 환영하는 듯 하루 종일 ‘대포 소리’를 내며 시커먼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폼페이 시 폐허 위에 남아 있는 그 흔적을 보니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것은 “땅을 굽어보시니 뒤흔들리고, 산들을 건드시니 연기 내뿜는”(시편 104,32) 하느님의 권능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폐허 가운데를 혼자 걸으며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사물의 덧없음을 생각해 보고 싶었으나, 너무 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통에 폼페이 시는 멸망한 도시의 우울한 매력을 거의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나폴리는 전혀 달랐습니다. 우리는 말 두 필이 끄는 마차를 타고 시가지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는 성 마르티노 수도원으로 소풍을 갔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마차를 끌던 말들이 어찌나 날뛰던지 몇 번이나 죽는 줄 알았습니다. 마부가 줄곧 “아피포, 아피포……!” 하고 이탈리아 마부들이 쓰는 소리를 질러 댔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말들은 마차를 뒤집으려고 작정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수호천사가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여행하는 동안 줄곧 성 같은 호텔에 묵었는데, 그렇게 사치를 누려 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부가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 것이겠지요. 가슴속에 슬픔을 지닌 채로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물건, 대리석 계단, 비단 양탄자에 둘러싸여 있는 것보다는 초가집이라도 가르멜에 들어갈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을 더 행복하게 느꼈을 것입니다……. 아, 저는 기쁨이란 우리를 둘러싼 물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왕궁 안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옥 안에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제가 가르멜에 들어와 안팎으로 시련을 겪으면서도, 생활에 필요한 온갖 것을 다 갖고 아빠의 집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살던 세속에서의 삶보다 더 행복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비록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교황님께 청한 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얼마 안 지나서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됐습니다. 잠깐 쉬는 사이에 다른 순례자들이 역 안의 식당으로 내려가고 저와 셀린 언니만 기차에 남아 있는데, 쿠탕스의 뢰구 부주교님이 문을 여시고 웃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시며 “그래, 우리 어린 가르멜 수녀는 안녕하신가?”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제야 저는 모든 순례자들이 제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행히 그 이야기를 제게 하시는 분은 아무도 없었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 동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청했던 것이 나쁜 결과를 내지는 않았음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