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돌아오다

프랑스로 돌아오다

이후에는 피사와 제노바를 지나서 프랑스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의 경치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기차는 바다를 끼고 돌기도 했는데 얼마나 바다 가까이를 지나는지, 파도가 우리 발밑까지 와 닿을 듯했습니다(이것은 사실 폭풍우로 인해 생긴 광경이었는데, 저녁이라 그 풍경이 더욱 장엄해 보였습니다). 또 노랗게 익어가는 오렌지 나무, 초록색 얇은 잎을 가진 올리브 나무, 멋스러운 종려나무들이 뒤덮인 벌판을 지나기도 했습니다. 저녁때가 되면 항구에는 무수한 불빛이 반짝이고, 어스름한 하늘에는 이른 별이 빛났습니다.

제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이 모든 경치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얼마나 시적인 감정이 가득 찼는지요……! 그러나 저는 이런 경치가 사라지는 것이 섭섭하지 않았는데, 제 마음에 다른 선경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땅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보았기 때문에 ‘천국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했습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움을 영혼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갇힌 몸’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갈망하던 복된 감옥의 문이 제 앞에서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으려면 아직도 싸워야 했고, 많은 괴로움도 받아야 했습니다. 프랑스로 돌아오는 길에 그것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복된 감옥에 곧 간다고 믿고 싶은 마음은 계속 커져서, 12월 25일에는 수도원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리지외에 돌아오자마자 맨 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가르멜이었습니다. 얼마나 가슴 벅찬 대면이었습니까……! 원장 수녀님과 겨우 한 달여를 떨어져 지냈을 뿐인데 제게는 훨씬 길었던 것처럼 느껴졌고, 몇 해 동안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배웠으니 할 이야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사랑하는 원장 수녀님, 당신을 다시 만나 상처받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때 얼마나 기뻤는지요! 원장 수녀님은 저를 잘 이해해 주셔서, 말 한마디, 눈짓 한 번으로 모든 걸 다 알아채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이든, 교황님께 말씀드리는 것조차 당신께서 다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저는 모든 것을 의지했지요. 이제는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당신께서는 주교님께 편지를 보내서 제게 하신 약속을 상기시켜 드리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저는 곧 그대로 했습니다. 최대한 정성을 들여 편지를 썼지만, 외삼촌이 보시고는 말이 너무 단순하다고 하시며 다시 써 주셨습니다. 편지를 막 부치려고 했을 때, 보내지 말고 며칠 더 기다려 보라는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저는 바로 원장 수녀님의 말씀에 따랐습니다. 원장 수녀님을 따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요. 마침내 예수 성탄 대축일 열흘 전에 편지를 부쳤습니다. 회답이 곧 오리라는 확신을 갖고 매일 아침 미사 후에 아빠와 함께 우체국에 가며 수도원에 입회할 허락이 오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실망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예수님께 저를 옭아매고 있는 줄을 끊어 달라고 청했는데, 그분께서 응답을 주기는 하셨지만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방법이었습니다. 어느덧 즐거운 예수 성탄 대축일이 돌아왔지만 예수님께서는 아직도 잠이 깨지 않으신 채였습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조그만 공을 땅에 떨어뜨리시고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으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정 미사에 가는 제 마음은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이맘때쯤에는 가르멜의 창살 뒤에서 미사를 드릴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이것은 제 확신에 크나큰 시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잠들었지만 …… 마음은 깨어 있는”(아가 5,2)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셨습니다. 즉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마태 17,20) 가진 자에게는 그 작은 믿음을 굳게 해 주시기 위하여 기적을 내려 산도 옮겨 주시지만, ‘당신께 가까운 이들과 당신 어머니께는 그들의 신앙을 시험하신 후에야 비로소’ 기적을 내리셨다는 것입니다. 라자로가 병이 들었다고 마르타와 마리아가 알렸는데도 예수님께서는 그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으셨습니까?(요한 11,3–6 참조) 또 카나의 혼인 잔치에 갔을 때 성모님께서 주인을 도와 달라고 예수님께 청하셨는데도,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요한 2,4 참조) 하고 대답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시험이 지난 뒤에는 얼마나 큰 보상이 있었습니까! 물은 술로 변하고, 라자로는 부활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린 데레사에게도 이렇게 하셨으니, ‘오랫동안’ 시험하신 뒤에 저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