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볼로냐

베네치아, 볼로냐

베네치아에 가니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대도시의 소음은 없고 조용한 가운데 곤돌라를 젓는 사공들의 외침과 노에 부딪혀 철썩거리는 물결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베네치아는 고유한 매력은 있었으나 저는 이 도시가 슬펐습니다. 총독들의 화려한 궁전에서도 값진 금과 대리석으로 치장하고 위대한 대가들의 그림들을 걸어 놓은 넓은 방들은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그 옛날 총독이 삶과 죽음의 선고를 내릴 때 그 소리가 메아리쳤을 둥근 천장과 기둥들은 이미 오래전에 울림을 멈췄으며, 이곳 지하 감옥에 불쌍하게 갇혔던 죄수들의 괴로움도 이제는 없습니다. 여기 처참한 감옥들을 둘러보니 순교자들의 시대에 와 있는 것 같았고, 그분들을 본받기 위해서 거기에 남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내 그곳에서 나와 ‘한숨의 다리’를 지나야 했습니다. 그 다리는 죄수들이 여기에 있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던 무서운 지하 감옥에서 벗어나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쉰 곳이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베네치아를 떠난 후, 파도바에서 설교 능력으로 유명한 안토니오 성인에게 공경을 드리고, 볼로냐에 가서는 아기 예수님께서 입을 맞추신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가타리나 성녀의 성지를 순례하였습니다. 도시마다 있었던 재밌는 일화들과, 여행에서 들었던 색다른 이야기들을 다 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중요한 이야기만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