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마음

단순한 마음

그렇다고 제가 웃어른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분들에게 언제나 활짝 열린 책처럼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자주 편찮으시던 원장 수녀님은 제게 신경을 쓰실 시간이 별로 없으셨습니다. 그분이 저를 무척 사랑하시고 가능한 한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신 것을 압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게 아주 엄하게 대하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분을 만날 때마다 땅에 입을 맞추어야 했으며94 그분에게 가끔 지도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 얼마나 값진 은혜입니까……. 하느님은 당신의 자리를 대리하는 분 안에서 당신의 존재를 은혜로 드러내셨습니다.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에 세상 사람들이 으레 생각하던 것처럼 제가 수녀원의 ‘귀염둥이’가 되었다면 저는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어쩌면 웃어른들에게서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사람만을 보았을지도 모르고, 세상에서 ‘애착을 멀리하며 고이 간직했던’ 제 마음이 도리어 수도원 안에서 인간적인 애착에 사로잡히게 변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이런 불행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원장 수녀님을 무척 사랑하지만, 그것은 제 영혼의 정배이신 예수님께 향하게 하는 순결한 애정으로서 원장 수녀님을 사랑한 것입니다.

94. 가르멜에서 겸손을 표시하는 몸짓이다.

저희 수련장 수녀님95은 ‘진정한 성녀’셨고 초대 가르멜 수녀들의 전형이었습니다. 수련장 수녀님이 제게 일을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그분을 종일 따라다녔습니다. 저에게 몹시 잘 대해 주셨지만, 제 마음은 밝아지지 않았습니다. 지도를 받는 것도 몹시 힘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나이 많은 수녀님 한 분이 이런 제 마음을 이해하시고 쉬는 시간에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95. 천사들의 마리아 수녀로, 1886년 10월에 수련자들의 교육을 맡고 있었다. 그러다가 1893년에 부원장 수녀로 선출되자 수련장 수녀직을 곤자가의 마리아 수녀가 맡았고, 아기 예수의 데레사 수녀의 도움을 받았다. 데레사 성녀가 돌아가신 후 천사들의 마리아 수녀가 수련장 수녀직을 다시 맡았다.

“데레사 자매는 아마 웃어른들께 말씀드릴 게 없는 모양이군요.”

“수녀님,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당신 마음은 지극히 ‘단순’하니까요. 그러나 당신이 완전하게 되는 날에는 ‘더 단순’해질 겁니다. 하느님께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 단순해지거든요.”

그 수녀님은 옳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을 열어 보이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던 것은 저의 단순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시련의 하나였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지금도 예전처럼 단순하지만 제 생각을 표현하기는 훨씬 쉬워졌습니다.

이미 예수님께서 친히 제 ‘지도자’가 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수도원에 들어왔을 때 저를 지도해 주실 만한 분을 만났습니다만 그분의 귀여워하는 아이들 틈에 제가 포함되자마자 그분은 유배지로 떠나셨습니다.96 이렇게 그분을 알게 됨과 동시에 잃고 말았습니다. 제가 아무리 편지를 써도 1년에 편지 한 장만 겨우 받을 수 있으니, 제 마음은 곧장 지도자의 지도자이신 분에게 향했습니다. ‘가장 어린 자들’에게는 보여 주시되, 박식한 사람들과 지혜로운 자들에게는 감추시는 그 학문을 가르쳐 주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셨습니다.

96. 피숑 신부인데, 장상들의 명을 따라 1888년 11월 3일 캐나다로 떠났다.